한국어

이름 유감 -김동식

2020.07.15 17:21

JHL 조회 수: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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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약 40년 전 이민 초기의 이야기다. 이민 와서 처음으로 취직이 되어 수속을 하기위해 인사부엘 들렀다. 인사 담당자는 젊은 흑인 여성 이었다. 작성할 서류를 내게 넘겨주며 이름이 무엇이냐 묻기에, Dong Shik Kim 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랬더니 놀라는 표정으로, Say it again, please, Mr. Kim.”하기에, Dong Shik Kim’ 다시 말해 주었다. 내가 대답을 하자 마자 웃음을 참으려고 애를 쓰면서도 눈물까지 닦으며 한참을 웃고나서는, Im sorry, Mr. Kim. Your name sounds like dung and shitto me.”라고 하며 또 한바탕 웃는게 아닌가. 아직도 감이 잡히질 않아 어리둥절 할 수 밖에.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으려니 민망하기도 하고 쑥서럽기도 하여‘Dong Shik Kim’이라 종이에다 쓴 것을 보여 주었다. 그랬더니 바로 그 밑에,Dung Shit’를 쓴 다음 나에게 보여주며, Read this rapidly, please.”라 하였다. 그것을 읽는 순간에, 낭패감과 자괴감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몇 번을 속으로 발음해보니 정말 비슷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 여성이 왜 웃음을 참지 못했는가를 알게 되었다.Dung’과 Shit’둘 다 배설물을 뜻한다.

 

결국 내 이름에는 그 오물을 연상케 하는 비슷한 발음의 두 단어가 다 들어있는 것이다. 아버님께서 우리 형제들의 이름을 돌림자에 맞추어 지어주신 이름이 이 미국 땅에서 오늘 이 젊은 흑인 여성에게 무참히도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돌림자는 식()으로 재식, 윤식, 장식, 동식, 그리고 광식이 형제들의 이름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끔 무슨 광고편지에 내 이름을, Doug Kim’으로 보내오기도 했다. Dong에서,n’이,u’의 오기라 본 것인지,n’을 뒤집어, u’로, 제 맘대로 바꾸어 쓴 것이리라. 미국 이름에,Doug’는 있지만,Dong’은 없기 때문이 아닐까. 또 한 번은, Dong’에서 아예, g’를 빼버리고, Don’이라 했다. 저네들 이름에,Don’은 있어도,Dong’은 없다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무례한 일을 당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참에 아예 이름을 바꿔버리자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아무튼 바로 그 순간, 어차피 내 이름은 저들이 부르기도 힘들고 기억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서 얼런 대답 한다는게 그만,

 

Well, thats my Korean name, but I have another American name.”이란 말이 튀어나왔다. 이어 그 흑인 여직원이 그 American Name이 무엇이냐 묻기에, Eugene Kim.”이라 대답했다. 물론 그 이름을 내 이름으로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으나 응급결에 그렇게 대답을 한 것이다.

 

평소에 미국식 이름과 한국식이름의 가장 유사한 이름이 바로 , Eugene’이란 생각은 하고 있었다.‘유진’과 ‘Eugene’은 Accent 만 다를 뿐 발음이 같다. 그리고 한국에 있을 때에 영어 구문론이란 책의 저자가 柳津(유진)인데 그 분의 영어 이름을 Eugene Yu라 한 것이 생각나서 얼떨결에 그렇게 둘러댄 것이다. 또 한가지 이유로는 Eugene Ormandy라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유명한 지휘자가 지휘한 음악들을 좋아했던 것도 작용하였다.

 

Hi, Dong.”아라든가, How are you, Dong?”라고 하면 그게 날 보고 하는 말 같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Eugene Dongshik Kim이 결국은 나의 Full Name이 된 것이다. 아곳에서는 흔히 Eugene D. Kim으로 쓴다.

 

그런데, 이젠 이름의 세계화가 되어간다는 느낌도 있다. Samuel을 삼열로, John을 요한으로, Simon을 신명으로 한다든지, Daniel, Gloria, Jenny 등 다양하다. 우리 일세들 뿐만 아니라 우리 자녀들의 이름도 결국 한국이름과 미국이름 두 가지를 갖게되는 경우가 더욱 일반화 되어감을 본다. 그러나 이는 일제시대의 창씨 개명과는 다르다. 강압에 못이겨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은 이름으로 바꾼 다는 점이다.그렇다고 미국이름을 가짐으로 미국인이 되겠다고 그러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저 세계화로 이르는 길목에서 일어나는 일들일 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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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애틀랜타 김동식(Eugene Kim)

 

배재고, 계명대 영어영문학과. 신일고 교사 역임. 1987년 창업한 Harry's Farmers Market 창립 멤버. 2001년 Whole Foods Market에 흡수된 후 미국에 500여 점포로 성장하여 아마존이 2018년 6월 137억 불에 인수하는 바람에 아마존 소속으로 재직하다 2020년 6월 은퇴했다. 애틀랜타 한국방송에서 2008년 "김동식의 라디오 칼럼: 살며 생각하며", 2010년 "역사의 향기", 2011년 이문열의“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2012년 장준하의 '돌베개', 2018년 인터넷 신문 News & Post의 유튜브 채널 '김동식의 문학 이야기'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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