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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dongsik

교통 신호등

JHL 2020.08.13 23:37 조회 수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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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운전을 배울 기회가 없어 이곳에 와서야 비로소 운전을 배웠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5년 정도 살다가 잠시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대구에서 우등고속을 타고 새벽 4시에 강남 고속 터미널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잠실까지 가게 되었다.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기사 양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능숙하게 운전하는 모습도 훔쳐보며 새벽길을 달렸다. 그런데 막 어느 네거리에 가까워 지면서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뀌었다. 운전기사는 멈추려 하질 않고 그냥 지나갈 기세 였다. 기사님이 졸려 못 본 줄 알고. ”기사님, 빨간 불인데요.”라 하였다. 그랬더니 고개를 돌려 날 힐끔 쳐다보며 가까스로 신호대기선에 멈추었다. 

 

옆의 차선에서 같은 방향으로 질주하던 다른 차량들은 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그냥 지나갔다. 그저 나 혼자서 거참 이 상 타고 만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뒤에서 갑자기 경적이 빵빵 울려,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고급스러운 까만 승용차에서 고개를 내밀고 차창 밖으로 팔을 휘두르며 빨리 가라고 손짓을 하는 것이였다. 기사 양반은 날 보며, “저, 손님, 뒤 차가 신호 무시하고 그냥 가라고 저럽니다.”라고 하였다. “정말 우리 차만 서 있네요, 그냥 가시지요.”라 하였다. 아무튼, 무사히 지나오긴 했는데 궁금했다. “건데, 빨간 불 무시하고 그냥 가도 되는 겁니까?”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다른 방향에서 오는 차량이 없으니 가는 거지요.”라고 하였다. 이른 새벽에 통행 차량도 없는데 신호대기 다 받아가며 운전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으로 들렸다.

 

그래서 난 다시 물었다, “그러면 조금 전에는 왜 빨간 신호에 멈추었나요?” 라고. “그야 손님이 멈추라 했기 때문이지요.”라고 하였다. 결국, 아무 말 않고 가만있었으면 그대로 지나갔을 것인데 내 말에 어쩔 수 없이 멈춘 것이란 뜻이리라. 즉 지금껏 신호등 위반을 계속해 왔다는 뜻으로 나는 풀이 했다. 그리곤 혹시 해외에 살다 오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 말이 내겐,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다 아는데 당신만 모릅니다.”라는 말로 들렸다. 어느 곳의 운전 습관이나 질서가 더 좋다 나쁘다를 가려 보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교통질서에 대한 의식과 인식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차선을 바꾸려 하는데 뒤차와의 간격이 좁아 깜빡이를 켜고 잽싸게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면 뒤 차가 경적을 울릴 때가 있다. 밤에는 전조등을 상향등(High Beam)으로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뒤 차가 양보하니까 마음 놓고 차선을 바꾸어 들어 오라는 신호이다. 한국에서는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로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한쪽이 양보해야 할 양보표시(Yield Sign)가 있는 곳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럴 때 상대방이 경적을 울리거나 전조등을 상향등(High Beam)으로 깜박 일 때가 있다. 이것 역시 이곳 미국에서는 상대방에게 먼저 가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내가 먼저 갈 테니 너는 가만있으라.”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난 알고있다. 그럴 때 이곳의 상황으로 착각하고 한국에서 차를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 이곳과는 아주 정반대의 현상이다. 자동차 운전에서도 동서양이 이렇게 다른데 일상생활 속에서는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지금은 가보질 않아 잘 모르긴 하지만 이젠 자동차가 엄청 많아지고 왠만하면 다 운전을 하니까 아마도 교통법규를 철저히 잘 지킬 것이라 짐작한다. 35년 전만해도 자동차 일반화의 과도기여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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