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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dongsik

건망증

JHL 2020.07.29 17:05 조회 수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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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꿈 많던 고등학교 시절에, 여름방학이면 형제들이 고향에 돌아와 함께 지나곤 했다. 어머니는 누구에게 심부럼 시킬 일이 있으면 형제들의 이름을 차례로 쭉 다 불러 셨다. 그러면 우린. “어머니, 누굴 부르는데 이름을 다 불러요?”하고 되묻곤 했다. 그러면 어머닌, “동석이 말이다.” 그러셨다. 동식을 동석이라 하셨다. 그러시면서, ”아이구 내가 너희들 이름을 다 불렀구나, 머릿속엔 한 녀석 뿐인데, 입에선 줄줄 다 나오는 걸 어쩐단 말이냐.”하셨다. 그 때엔 그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와 똑같은 증세가 나에게도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그때의 어머닌 얼마나 황당해 하셨을까 하고 쓴 웃음을 지을 때가 있다. 머릿속에서는 분명 생각하고 있는데 동작은 그에 따르질 않는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아이들 이름을 부를 때면 머리 속에서는 막내를 생각하고 있는데, 입에선 세 아이의 이름이 줄줄 다 나오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차고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가위가 필요하여 가지러 거실에 왔는데, 내가 왜 거실에 왔는지가 생각나지 않아, ‘내가 지금 여길 왜 왔지?’라고 나 자신에게 물어도 영 기억이 나지 않다가, 다시 차고로 돌아와서야 생각이 난다. ‘이런 맹추를 봤나, 가위를 가지러 가 놓고, 까먹다니.’하면서 다시 일어나 거실로 간다. 마침 그 때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고난 다음 또 새까맣게 잊어먹고 생각나지 않아, 헛걸음을 하고나면, 내가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뭔가를 골돌히 생각하며 운전하다 보면 어느새 집에 도착할 때가 있다. 차에서 내려 문간에 이르면서도 생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태이다. 문 열쇠로 문을 딴다고 생각하면서도 손은 자동차의 Remote Key의 Unlock Button을 꾹꾹 누르고 있으니 현관 문이 열릴 리가 없다. 그 대신에 자동차가 삑삑 하고 소리가 난다. 그럴 땐 얼런 내가 Unlock Button을 눌러서 소리가 난다고 생각해야 할 텐데, ‘이놈의 자동차가 미쳤나? 조금 전에 분명히 잠궜는데, 왜 삑삑 거려?’그러면서 다시 Unlock Button을 누르면 또 자동차가 삑삒 할 때야 비로소, ‘자동차가 미친게 아니고 내가 미친거지.’ 라며 실소를 한 적도 있으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이런 근망증을 줄이려고, 어떤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세계 각국의 수도를 외우는 이도 있다고 한다. 즉 두뇌 운동을 하여 기억력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노력일게다.

헌데, 더욱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생각나는 것을 그냥 생각으로만 흘려보내지 말고 글로 쓰 보라는 것이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써 두었다가, 잊을만 한 때에 다시 읽어 보라는 것이다. 이는 뇌 활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만 나를 단련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난 요즈음엔 글을 쓴 다음 이를 공유하고자 페이스북에 가끔 글을 올린다. 나 자신의 단련도 되고 또 한편으론 서로 생각하는 것을 글을 통하여 공유도 하고 또 댓글로 격려도 하면서 서로 배우고 깨우치는 효과도 가져온다.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이 글을 여기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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