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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dongsik

플라스틱 금딱지

JHL 2020.07.22 20:03 조회 수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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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잘 차려입은 신사의 고급 승용차가 수렁에 빠졌다. 가진 애를 다 써도 자동차는 점점 더 빠져든다. 진흙투성이가 된 그 신사는 허탈한 모습으로 누구에겐가 전화를 한다. 조금 있으니 견인차가 와서 수렁에 빠진 차를 간단히 끌어낸다. 그 신사는 Visa Gold Card를 꺼내 보이며 웃는 모습으로, “나를 수렁에서 건져 준 것은 이 Visa Gold Card입니다.”라고 말한다.」

지금 설명한 것은 Visa Gold Card를 선전하는 TV 광고 장면이다. Visa Gold Card 하나면 궁지에 빠진 당신을 구출해주는 효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수렁에 빠진 승용차가 간단히 구출되는 Concept로 광고 효과를 노린것 이다.

 

그 광고를 보면서 난 언제쯤 저 요술 방망이 같은 Credit Card를 가질 수 있을까 하고 부러워했다. 그러니까 그때가 1979년 경이었다. 갖 이민 온 내겐 반반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입도 형편없었으니 사실 내겐 그림의 떡이었다. 식당이나 백화점에서 이 플라스틱 금딱지를 내밀면 만사 해결이니 그것이 부러웠다. ‘Visa Gold Card’란 말은 낯설기도 하고 친근감이 없어 나는 ‘플라스틱 금딱지’라 부르기로 한 것이다.

 

그 후 직장을 갖고 1년쯤 지난 어느 날, “당신의 신용 등급이 좋아서 Visa Card를 신청하면 발급하겠다.”는 내용의 편지가 왔다. 옳거니, 하고 보내온 신청서를 작성하여 냉큼 보냈다. 두 주가 못 되어 Visa Card를 우편으로 보내왔다. 그럴 듯 한 식당에서 온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하고 이 ‘플라스틱 금딱지’를 쓱 끄집어내어 계산원에게 내밀었다. 신기하게도 간단히 해결되었다. 마치나 공짜로 식사를 한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어깨마저 으쓱해졌다.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계산서가 날아왔다. 별로 사용 한것 같지도 않았는데 뭘 그리 많이 썼는지 깜짝 놀랄 액수였다. 편한 대로 사용하고 보자고 써버린 결과다. 조금씩 지급 하라는 액수만보냈다. 이 플라스틱 금딱지를 더 사용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 몇 번을 더 쓰게 되었다. 그다음 달에 다시 날아온 계산서는 갚지 않은 액수에 이자까지 합한 액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미 카드를 사용한 액수가많아 한 번에 다 갚기가 버거웠다. 호주머니에 들어 있으니까 이번만 이번만 하면서 야금야금 편한 대로 사용하다 보니 액수는 점점 늘어만 갔다. 

 

갚아 나가는 액수보다 새로 사용한 액수에 이자까지 더하여 줄어들기는커녕 항상 훨씬 더 많은 액수가 부채로 쌓이는 것이다. 혹 여러분은 이런 경험 없으셨나요? 물론 꼭 필요할 때는 사용해야겠지만 참으로 절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큰일 나겠다 싶어 궁여지책으로 이번엔 다른 회사를 통하여 Master Card를 발급받았다. 이미 있는 것은 사용치 않고 조금씩 갚아 나가면서 새로 발급받은 ‘새 금딱지’를 쓰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부채가 더욱 늘어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매년 Credit Card 빚 때문에 파산 신청하는 사람 수가 매년 기하급수로 늘어간다는 기사를 언젠가 읽은 기억이 난다. 나도 그중에 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까 봐 겁이 덜컥 났다. 하지만 이제 우린 모두 그 소비성향에 길들어 있어 헤어나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 같기도 하다. 대형 식품점에서도 매상의 70퍼센트 이상이 이 신용카드로 결제되는 현상이다. 은행에서 개인에게 이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것은 그에 따른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이자율이 매우 높다는 것도 유념해야 할 일이다. 게다가 기한 내에 납부하는 것을 어길 경우엔 엄청난 벌과금이 주어지는 것도 염두에 둘 일이다.

 

이 플라스틱 금딱지는 나를 수렁에서 구출해주는 요술 방망이가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수렁 깊이 빠져 들게 하는 유혹 방망이임을 깨달았을 땐 이미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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